지난 2월 10일,
고용노동부와 한국노동법학회가 주관하는 입법토론회에 다녀왔습니다.

토론 주제는 이번 정부의 뜨거운 감자인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과 <근로자 추정제도>였는데요,
제가 다녀본 어떤 토론회보다도 뜨거운 논쟁🔥이 오갔던 현장이었습니다.


1. 일하는 사람 기본법의 개념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일단 법률 적용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예컨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해야만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죠.
그런데 최근 특수고용직, 플랫폼종사자 등 일의 형태가 다양화되면서
'약자'이긴 하지만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들이 생겼습니다.
포괄적인 보호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제안된 법률이 바로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이하 "일하는 사람 기본법")입니다.
22대 국회에서는 박홍배, 김태선, 이용우 의원 등이 대표로 법안을 발의했으며
현재는 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로 입법여부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2. 일하는 사람 기본법의 내용
각 발의안은 세부적인 내용에서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체적으로 유사한 체계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공통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 균등한 처우
- 부당한 계약해지 제한
- 성희롱 및 괴롭힘의 금지
등이 눈에 띄네요.
즉,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거나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라 할지라도,
'일하는 사람'으로 인정된다면 위와 같은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갑자기 뉴진스 하니가 떠오르네요?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이 행정종결됐었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3511
"뉴진스 하니, 근로자 아니다"…'직장내 괴롭힘' 민원 행정종결 | 중앙일보
이에 따라 하니가 소속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민원도 행정 종결됐다. 타다 측에선 기사들과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개인 사업자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계약
www.joongang.co.kr
이제 이런 경우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3.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둘러싼 주요 쟁점
1) '일하는 사람'의 개념 및 범위
타인의 "사업"을 위하여 일하는 자를 '일하는 사람'으로 볼지,
사업이 없더라도 "타인"을 위하여 일하면 '일하는 사람'으로 볼지에 따라
구체적인 법률이나 정책방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김태선 의원안 | 박홍배 의원안 | 이용우 의원안 |
| "일하는 사람"이란 고용상의 지위나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자신이 직접 일하고 이를 통해 보수 등을 받는 사람을 말한다. | "일하는 사람"이란 고용상의 지위나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자신이 직접 일하고 이를 통해 보수 등을 받는 사람을 말한다. | "일하는 사람"이란 고용상의 지위나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다른 사람을 위하여 자신이 직접 일하고 이를 통해 보수 등을 받는 사람을 말한다. |
토론회 발제자인 이화여대 박귀천 교수님께서는
'사업'을 위해 일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경우 보호범위가 줄어들 수 있고,
'타인'을 위해 일하는 사람까지 포함하는 경우 범위가 너무 넓어져서
실제로 국가의 감독 가능성이 낮아지는 딜레마가 있다고 지적하셨습니다.
2) '사업자'의 개념
사업자는 단순히 보면 노무제공을 받아 사업을 영위하는 자를 생각할 수 있는데,
발의안에 따라서는 일을 소개, 알선하는 사업자까지 모두 포함시키고 있어
법 적용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해질 수 있다는 것이 발제자의 지적이었습니다.
3) 다른 법률과의 관계 및 근로자 오분류 문제
근기법상 근로자로 인정받기 애매한 경우가 더러 있죠.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제정되면 그들이 '일하는 사람'으로 분류되어,
오히려 받을 수 있었던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못 받게 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정도 권리만 보장해주면 되지 뭐' 라고 생각하게 될 가능성)
발제자는 그런 방식의 악용을 금지하고, 오분류 교정을 지속하되,
입법적으로는 '근로자 추정제도' 도입 등을 통해 보완되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근로자 추정제도
민법적으로 주장에 대한 입증책임은 권리를 주장하는 자가 부담합니다.
즉, 스스로를 근로자라고 주장하는 자가 근로자성을 입증해야 하지요.
'근로자 추정제도'는 이러한 입증책임을 전환하여,
근로자라고 주장하는 자를 일단 근로자로 '추정'하되,
사용자는 그가 근로자가 아님을 입증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4) 기타
그 외에도
- 일하는 사람의 권리 범위
- 새로운 분쟁해결제도의 마련
- 법 위반시 제재
- 국가의 의무와 책임
등 많은 쟁점이 있으나 생략하겠습니다.
4. 경영계의 주요 주장
1) 일하는 사람 기본법 관련
경총에서는 발의안과 같이 보호대상이 광범위한 경우
자영업자들까지 특수한 보호체계에 편입될 소지가 있게 되는데
이들까지 특별히 더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였고,
보호될 내용에 무엇을 포함시킬지에 대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데,
예컨대 시간과 장소를 스스로 결정하는 노무제공자에 대해서
쉴 권리, 휴식권, 일가정양립 등의 보호가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 및 분쟁조정 등이 적용되는 것은
5인 미만 영세사업장에게는 중대한 부담이라고 하였습니다.
2) 근로자 추정제도 관련
경총은, 해당 제도는 증명책임 분배의 기본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써
우리 법체계에서 입증책임 전환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되는 것이며,
근로기준법은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는데,
형사소송은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어 추정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영세사업주는 근로자와 형편이 크게 다르지 않아 '근로자 아님'을 입증할 전문성이 얕고,
근속연수가 짧은 영세기업일수록 분쟁이 자주, 다수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며,
상시근로자수 확대로 인해 파생적으로 발생할 문제들을 우려하였습니다.
5. 노동계의 주요 주장
1) 일하는 사람 기본법 관련
민주노총 법률원 조현주 변호사는 입법에 찬성하는 한편,
법률의 성격이 '기본법'인지 '일반법'인지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기본법'이 맞다면 입법 이후 후속 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정명기 변호사 또한 입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나,
괴롭힘 금지, 안전보건 의무 등 위반시 처벌규정이 없어 아쉽다고 하였고,
'사업' 유무에 관계없이 '타인'을 위해 일하면 '일하는 사람'으로 보자고 하였습니다.
2) 근로자 추정제도 관련
근로자 추정제도는 민사사건뿐 아니라 '노동위원회'에도 적용되어야 하는 점,
사용자가 '근로자 아님'을 입증할 수 있는 요건을 굳이 입법할 필요는 없는 점
등이 토론문상 문제로 제기되었습니다.
6. 일하는 사람 기본법의 한계점
'기본법'은 제도, 정책에 관한 이념과 원칙, 기본방침이 제시되는 법률로,
"강구한다", "노력한다" 등 추상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 또한 일부 과태료규정 외에는
강행적 효력을 가진 벌칙조항이 존재하지 않아
입법 자체로 발생하는 법률적 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따라서 후속입법 등 정부의 적극적 집행의지가 없다면
상징적 의미만 남게 될 수 있는 한계가 있습니다.
7. 사견
토론회에 국회의원이 직접 참석하는 경우를 많이 보진 못했는데요,
김주영, 김태선 의원이 직접 참석하여 입법취지를 설명하였고,
김영훈 노동부장관도 영상을 통해 입법의 의미를 강조할 만큼
중요한 입법이고, 중요한 토론이었습니다.



노동의 가치가 급변하고 고용형태가 다변화되는 현대사회에서
새로운 약자들에 대한 포괄적 보호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입법하느냐 마느냐의 단계를 빠르게 완료하고,
구체적인 보호 범위를 획정하는 단계로 가야되지 않을까 싶네요.
근로기준법 몇조를 적용하고 몇조를 적용하지 않을 것인지요.
그런 논의 없이 입법되어버린다면 너무 혼란스러울 겁니다.
(노조법 개정으로 우린 이미 그런 혼란을 경험하고 있잖아요...)
하나 더,
사용자 입장에서 가짜 3.3 계약을 할 이유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근로자 추정제도가 도입되면 근로자성을 주장하기가 너무 편하니까요.
'근로자 아님'을 입증하는 번거로움과 갑작스런 퇴직금 지급의 리스크를 부담하느니
애초에 근로계약을 하고 4대보험 가입하는게 낫지 않은가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