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대한 생각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로서 조력을 구하려면 - 폭언, 부당 업무지시 등 사례

양노노 2026. 3. 2. 14:14

"직장 내 괴롭힘" 관련하여, 노무사로서 근로자측의 의뢰를 받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사실 근로자로서는 신고를 하고 나면 절차적으로 더 할 일은 없기 때문이에요.

(보통 사측이 외부기관에 직장 내 괴롭힘 '조사' 및 '판단'을 의뢰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상담받으신 분께서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어하고 두려워하셔서

어떻게 지원해드리면 좋을지 고민한 결과를 공유해보려 합니다.

 

 

 

 

1. 대략적인 사실관계

 

프라이버시상 구체적 사정을 남기기는 어렵습니다만, 내담자께서는,

① 채용공고상 업무와는 전혀 관계없는 업무를 자주 지시받았고,

② 업무능력에 대해 선을 넘는 과도한 질책과 모욕적인 언사를 참아야만 했으며,

③ '레퍼런스'를 운운하며 '적당히 좋게 나가라'는 말로 사직을 강요하였습니다.

 

전후사정을 봤을때는 직장 내 괴롭힘 해당성이 높아 보였습니다만,

모든 사건이 그렇듯이 한쪽 말만 들어서는 판단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은 "객관적 조사"를 하라고 되어 있죠.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①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
② 사용자는 제1항에 따른 신고를 접수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그 사실 확인을 위하여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

 

 

 

2. 증거의 수집 및 사전 검증

 

직장 내 괴롭힘 조사절차가 시작되면 그때부터는 증거싸움이 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피신고인(가해자)도 한 명의 직원이기 때문에

증거도 없이 신고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조치를 취하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신고 전에 "이 정도 증거면 인정이 될지"를 검증해드리는 게

신고자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일회적인 폭언이 아니라 지속되는 경우였기 때문에

녹음이 충분히 가능할거라고 봤고 제로 욕설이 녹음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빼박' 괴롭힘이기 때문에 신고를 진행하시도록 했죠.

 

 

 

3. 신고 방법 설계

 

그런데 근로자께서 회사의 임원을 가해자로 지목하였기 때문에

신고인 입장에서는 회사가 임원을 편들것이라고 우려하셨습니다.

인사팀 근무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회사가 굳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한 사람을 편들려고 할까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알 수 없는 일이죠.

 

상담 끝에 노동청 진정과 회사 신고를 동시에 하기로 했습니다.

 

한 가지 아셔야 할 것,

노동청은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예외적으로 대표이사가 피신고된 경우에는 직접 판단하기도 함)

 

즉, 노동청에 진정을 넣는다고 해서 노동청이 판단하는 건 아니고

노동청은 회사로 하여금 조사를 실시하도록 지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차피 회사가 조사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겁니다.

 

다만,

회사 입장에서 노동청의 행정지도는 간접적 압박이 될 수 있죠.

내부조사로만 끝낼 일을 외부조사로 넘길만한 명분도 될거라 봤습니다.

(인사팀장이 대표이사에게 보고할만한 명분도 만들어줍니다^^;;;)

 

 

 

4. 의견서를 통한 서포트

 

근로자께서 노동청과 회사에 괴롭힘 사실을 신고하는 과정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서면형태로 받아서 첨부하고 싶어하셨습니다.

 

한 쪽의 입장만 들었기 때문에 객관적 판단은 할 수 없지만

제3자의 시선에서 최대한의 객관성을 담아 의견서를 작성해 드렸어요.

 

 

19페이지가 나오더군요.

신고 행위의 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근거가 필요한데,

노동부의 매뉴얼과 그동안의 판례를 다수 인용해서 양이 많았습니다.

(의견서 작성에 한해서 보수를 받았습니다... 노력이 많이 들어갑니다.)

 

의견서가 매우 상세하고 관련 사례가 풍부히 뒷받침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문서를 보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고 저 나름대로는 생각을 했답니다.

 

 

 

5. 결과

 

설계한 대로,

- 회사는 외부에 조사를 의뢰하였으며,

- 외부기관 조사결과 직장 내 괴롭힘 인정되었습니다.

그 이후의 인사조치도 근로자께서 원하는 방식으로 잘 해결됐습니다.

 

지나고 나니까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 근로자께서 명확한 증거 없이 신고했다면 결과가 좋았을까?

- 노동청 진정을 동시에 진행하지 않았다면 과연 외부조사를 실시했을까?

- 의견서는 조사자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역할을 했을까?

...효과적인 조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원래 하던것과는 새로운 방식의 접근이었지만

끝나고 나니 매우 보람있고 기여감이 들었던 경험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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